국내 유일의 테이퍼롤러 제조사 엔비알모션이 일본 기업들이 독점해온 고정밀 베어링 시장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장 초기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는 상존하지만, 오는 2027년 '실적 퀀텀점프'를 위한 체력 비축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윤철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일 기업 분석 보고서를 통해 엔비알모션에 대해 "베어링 산업의 구조적 외주화 트렌드 속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침투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2011년 설립된 엔비알모션은 베어링의 핵심 구동체인 볼(Steel Ball)과 롤러(Tapered Roller) 전문 제조사다. 특히 국내 최초로 최고 난이도인 'G5 등급'의 스틸·세라믹볼 국산화에 성공하며 주목받고 있다. 현재 이 시장은 일본의 A사, T사 등 소수 글로벌 기업이 과점 중인 영역이다.
윤철환 연구원은 "엔비알모션은 G5 중에서도 최상위인 SP(Special Precision) 레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623억 원 규모의 선제적 투자를 통해 밀양과 창원에 국내 최대 생산능력(Capa)을 확보한 만큼, 일본 제품 대체 수요를 빠르게 흡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엔비알모션의 성장 축은 기존 완성차와 중장비를 넘어 첨단 산업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xEV(전기차) 분야는 G5 등급 E-Motor용 세라믹볼이 최종 테스트를 완료했다. 2026년 상용화 후 2027년부터 글로벌 완성차향 수주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로봇은 로봇용 실린드리칼(CRB) 롤러 국산화를 추진 중이다. 2026년 고객사 검증을 거쳐 2027년 양산 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우주항공은 국내 항공기 엔진 및 미사일 발사체용 초정밀 부품 개발을 통해 신규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반사이익도 기대 요소다. 윤 연구원은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중국산 외주 물량이 국내로 전환되는 수혜가 예상된다"며 "2027년 스틸볼 매출은 전년 대비 71.5%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적 면에서는 내년이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엔비알모션은 올해 상반기까지 약 70억 원을 투입해 설비 자동화 및 증설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투자가 완료되면 생산 능력은 현재보다 20% 이상 확대된다.
한국투자증권이 전망한 엔비알모션의 2027년 매출액은 911억 원(전년 대비 30.7% 증가), 영업이익은 86억 원(267.6% 증가)이다. 영업이익률(OPM) 역시 9.4% 수준까지 가파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단기적인 수급 부담은 변수다. 지난달 14일 스팩 합병 상장 이후 주가는 휴머노이드 로봇 모멘텀을 타고 급등했으나, 지난 19일 발행주식수의 14.93%(155만 3022주)에 달하는 1개월 보호예수 물량이 해제됐다.
윤철환 연구원은 "FI(재무적 투자자) 보유 물량의 해제 비율이 높아 당분간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실적 점프업을 앞둔 투자 구간임을 고려한 긴 호흡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