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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

백악관 "中, 한국 등 40여개국 거쳐 관세 회피"…AI 동원해 불법 환적 정조준

윤영훈 기자

입력 2026.08.1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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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불법 환적 규모 최대 3천30억 달러 추정…막대한 경제적 타격 우려
경기도 반도체 벨트 우회로 지목…피닉스 등 美 주요 생산기지 위협 경고

사진=Gemini

미국 백악관이 한국 등 40여개국을 거쳐 고관세를 피하는 중국의 '그림자 환적' 네트워크 실태를 고발하며, 인공지능(AI)을 동원해 이를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발표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중국이 고관세를 피하려는 의도로 한국 등 40여개국을 거쳐 미국으로 물품을 반입하는 '그림자 환적 네트워크'를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이 이날 펴낸 '거대한 환적 사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국 고관세 조치 이후 제3국을 거쳐 관세를 피하려는 편법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현재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평균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물품이 미국과 무역협정(USMCA)을 맺은 멕시코나 캐나다를 통과할 경우 관세가 면제되거나 거의 부과되지 않는다.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베트남 등을 거칠 때도 관세 부담은 대폭 줄어든다. 중국 기업들은 이를 악용해 경유지에서 가벼운 조립, 포장 변경, 라벨 교체 등을 거쳐 마치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인 양 속여 미국에 판매하고 있다.

보고서는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무역법 301조 발동에 이은 2기 행정부의 광범위한 관세 인상 조치가 국가 간 관세 격차를 키웠고, 결과적으로 편법 환적의 유인을 확대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경유국들은 물류 중개·창고 보관·가공 작업 등을 제공하며 금전적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보고서는 각국의 경제 규모와 중국 공급망 편입 수준을 바탕으로 우회 수출 위험국을 세 그룹으로 분류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EU, 캐나다, 인도, 이스라엘, 멕시코, 대만은 '1유형'(Tier 1)으로 묶였다. 이들 국가는 미국으로 향하는 수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중국발 물동량이 방대해, 합법적인 교역망 틈새로 불법 환적이 숨어들 소지가 크다.

중국의 생산 및 공급망과 밀접하게 연계된 브라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튀르키예는 2유형에 배정됐다.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는 전체 환적량은 적으나 틈새 우회로로 악용될 여지가 있는 3유형으로 분류됐다.

보고서는 이 같은 우회 수출 행태가 미국의 제조업 일감을 타국으로 빼돌리는 제로섬 게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해외의 주요 환적 기지와 그 여파로 타격을 입는 미국 내 산업 도시를 '추한 자매 도시(Ugly Sister Cities)'라는 이름으로 연결지었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경기도 반도체 벨트가 중국산 집적회로(HS 854239)가 흘러가는 우회 통로가 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피닉스, 오스틴, 포틀랜드, 산호세 등 미국의 주력 반도체 생산지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악관은 공공 및 민간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중국발 편법 우회 수출액이 연간 약 400억~3030억 달러(약 57조~43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른 관세 누수액 역시 수백억 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연간 우회 수출액을 750억 달러(약 107조원)로 가정할 경우, 미국 연방정부가 입는 세수 피해는 190억~260억 달러(약 27조~37조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아울러 미국 내 45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연간 국내총생산(GDP)마저 1130억~1500억 달러(약 161조~214조원) 감소하는 등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백악관은 AI 기반의 '탐지형 국경 감시(Detective Border)' 시스템을 가동해 화물 이동 경로와 원산지 데이터를 분석, 단속망을 강화할 계획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프레스콜을 열고 "이번 보고서가 제3국 뒤에 숨어 고관세를 피하려는 모든 국가를 향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다"라며 "중국은 단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나바로 고문은 한국의 철강 덤핑 문제를 지적하며 "관세라는 유일한 방패가 제 기능을 다하려면 대규모 우회 수출 행위를 반드시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조사는 현재 진행 중인 무역법 301조 조사와는 별개이나, 향후 미 무역대표부(USTR)가 여러 국가와 통상 교섭을 벌일 때 유용한 협상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도 별도 성명을 내고 "이 같은 편법 행위가 자국 노동자와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것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이뤄낸 19건의 무역 합의를 훼손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영훈 기자 jihyunengen@finance-sco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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