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방산 분야의 부품 조달망에 대한 관리·감독을 한층 엄격하게 바꾼다. 국방 조달 과정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자국 및 동맹국 위주로 생태계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이다.
현지시간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미국의 국방 공급망 확보와 핵심 광물의 국내 조달 보장'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핵심은 내년 1월부터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 비동맹국에서 생산된 민감한 무기 부품을 사용할 경우 면제 허가를 받기 매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방산 물자 조달이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점을 고려해, 당국에 면제를 요청하는 납품업체는 하청을 포함한 전체 유통 경로를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단순히 중국산 부품이 저렴하고 구하기 쉽다는 이유는 인정되지 않으며, 미국산 부품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출처를 속이거나 은폐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납품 계약이 취소될 수 있다.
아울러 미 국방부가 지정한 안보 관련 품목의 경우, 기초 원료부터 완제품에 이르는 전 과정을 추적할 수 있도록 국방부 장관이 새로운 지침을 마련하도록 명시했다. 신뢰하기 어려운 해외 업체의 부품을 사용해 온 방산 기업들은 규정에 부합하는 새로운 조달처를 신속히 물색해야 한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서명식 직전 진행된 전화 브리핑에서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도 없이 다른 방법이 없다고 둘러대는 관행은 이제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바로 고문은 이번 조치가 특정국이 아닌 해외 의존도 자체를 낮추려는 목적이라면서도, 중국이 자원을 무기화해 압박 수위를 높이는 현실을 고려할 때 미국의 취약점을 보완할 방어책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외부 충격에 강한 자국 내 조달망을 완성하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동맹국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정명령 발동의 배경에는 희귀 광물 시장 등에서 격화하는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투명한 중국 기업들이 미군 무기 제조 과정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동시에, 광물 정련 기술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 중국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미국과 우방국들이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여기에 이란전쟁 여파로 소진된 무기 재고를 확충하는 과정에서 중국산 부품 사용을 줄이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나바로 고문은 주요 광물인 게르마늄 정련 분야에서 미국이 올해 안으로 국내 소비량의 3배를 감당할 시설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중국의 자원 통제에 어려움을 겪는 일본, 유럽, 한국 등 우방국에 미국산 게르마늄을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