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기반 자산유동화증권(ABS)에 대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도입했던 핵심 투자자 보호 규제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월가로 몰리는 가운데, 관련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절차가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SEC 실무진은 최근 공개한 서한을 통해 데이터센터는 대출이나 리스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청산되는 일반 금융자산이 아닌 만큼, 이와 연동된 채권을 자동차 대출 및 주택담보대출 기반 부채와 동일한 규제 선상에 둘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데이터센터 유동화 거래 상당수에서 ABS 발행 주체가 위험을 분산하지 못하도록 채권 일부를 직접 보유하게 한 '위험보유' 의무가 면제됐다.
해당 요건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부실 유동화증권의 난립으로 은행 시스템이 흔들리는 것을 막고자 신설된 바 있다.
이번 공시는 관련 규정의 명확한 해석을 요청한 대형 로펌 레이텀앤드왓킨스의 질의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케빈 핀저렛 레이텀앤드왓킨스 파트너 변호사는 "관련 규제 완화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며 "기존 지침을 따르려면 사업 목적과 상충하는 비효율적인 소유 구조를 울며 겨자 먹기로 취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가 정식 법안 개정은 아니지만, 그간 법적 리스크를 피하려 예방 차원에서 규제를 준수해 온 기업들에 실질적인 혜택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 ABS는 AI 관련 전체 차입금 중 일부를 차지하지만, 블룸버그 집계 기준 신규 발행액이 2020년 24억달러(약 3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155억달러(약 21조 8000억원)로 5년 만에 6배 이상 급증했으며, 올해 역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데이터센터 확충 지원 사격도 힘을 보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방위적 규제 완화와 전력 인프라 공급 확대를 토대로 AI 개발 속도를 올리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다만 모든 데이터센터 유동화 거래가 규제 면제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센터를 담보로 발행되는 상업용부동산저당증권(CMBS)의 경우 담보물이 실물 자산이 아닌 저당권에 해당해 종전대로 기존 위험보유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