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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관련부품

유럽판 칩스법, 반도체 공급위기때 기존계약 강제 파기 가능토록 법제화 진행

남지완 기자

입력 2026.05.2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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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아시아에 대한 반도체 의존도 낮추기 위한 법안

사진=제미나이


유럽연합(EU)이 반도체 공급 위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칩 제조업체에 기존 계약을 파기하고 특정 주문을 우선 처리하도록 강제하는 강력한 긴급 개입 권한을 법제화한다고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가 입수한 초안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반도체 공급 부족이 무기, 의료기기, 디지털 인프라 등 핵심 물자 공급을 위협하는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될 때 반도체 업체에 공급망 역량과 관련된 정보 제출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만약 기업이 이에 불응할 경우 최대 30만유로(약 5억2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됐다. 아울러 EU 집행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백신을 공동 구매했던 방식을 모델로 삼아, 회원국들을 대신해 반도체를 직접 공동 구매하는 중앙 구매자 역할도 맡을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공급망 위기는 이미 유럽 내에서 현실화된 바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해 자국에 위치한 중국계 반도체 업체 넥스페리아의 생산 및 자산이 역외로 이전될 것을 우려해 경영권을 강제 접수했다. 

다만 이 조치 이후 반도체 공급이 급감하면서 일부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차질을 빚는 부작용을 겪는 등 좋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법안은 EU가 미국과 아시아에 대한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전방위로 추진 중인 '반도체법(Chips Act·칩스법)'의 일환이다. 법안 초안에는 EU가 첨단 반도체 부문에서 "미국과 아시아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명시됐다. 

실제로 현재 EU 내 고성능 칩 공급의 90% 이상은 TSMC가 있는 대만에 압도적으로 집중돼 있는 실정이다. 반면 EU의 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은 현재 10% 미만에 불과해, 오는 2030년까지 이를 두 배로 늘리겠다는 당초 목표조차 달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같은 초강수 입법 배경에는 최근 고조되고 있는 대만해협의 지정학적 긴장도 크게 작용했다. 

중국의 대만 무력 위협이 현실화할 경우 스마트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자동차, 의료기기 등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 공급이 완전히 마비되면서 전 세계적인 대공황급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남지완 기자 ainik@finance-sco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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