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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삼킨 MLCC"…삼성전기·무라타 풀가동에 대만 야기오 '최대 수혜주' 급부상

고종민 기자

입력 2026.05.1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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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서버 수요 폭발이 반도체를 넘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가격 폭등을 촉발하고 있다.

업계 1, 2위인 일본 무라타와 한국 삼성전기의 생산능력(CAPA)이 이미 100%에 육박한 가운데, 삼성전기가 일부 고부가 제품 가격을 최대 30% 전격 인상하면서 새로운 '슈퍼 사이클'의 서막을 알렸다.

시장에서는 공급 한계에 직면한 한·일 선두 기업들의 낙수효과를 한몸에 받을 대만 야기오(Yageo)가 이번 사이클의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목표주가가 2배 이상 상향 조정되고 있다.

글로벌 제조사들의 가동률이 한계치에 다다르면서 낙수효과를 입을 후발 대형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덩달아 치솟는 모양새다.

17일 대만 경제전문 매체 공상시보(工商時報)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최근 대만 대형 수동부품 제조사 야기오(Yageo)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중립(Neutral)'에서 '매수(Buy)'로 전격 상향 조정했다. 목표주가 역시 기존 260대만달러에서 500대만달러로 두 배 가까이 높여 잡으며 공격적인 이익 성장 모멘텀을 예고했다.

시장 기관들이 이처럼 이례적으로 목표가를 대폭 올린 배경에는 글로벌 선두 업체들의 사상 유례없는 공급 포화 상태가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글로벌 MLCC 시장을 주도하는 일본 무라타제작소와 한국 삼성전기의 생산 능력이 이미 여유가 없는 '풀가동' 상태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AI 수요가 촉발한 공급 압박에 대응해 일부 MLCC 제품 가격을 20%에서 최대 30%까지 인상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오는 6월 1일부터 시장에 전격 적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AI 수요가 촉발한 새로운 MLCC 가격 상승 사이클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음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승 사이클이 과거 스마트폰이나 PC 등 일반 소비자용 IT 세트 수요가 이끈 전통적 경기 순환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기관 분석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블랙웰(Blackwell) 등 차세대 AI 서버 인프라는 고온·고전압·고용량이라는 가혹한 환경에서 구동되기 때문에 단품당 MLCC 탑재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뿐만 아니라 단가 자체가 높은 고부가 특수 제품이 필수적이다. 이로 인해 글로벌 선두 업체들의 핵심 생산라인이 상반기부터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세계 1위 MLCC 업체인 일본 무라타의 최신 주문출하비율(B/B Ratio)은 1.26을 기록하며 최근 5년 내 최고치를 경신했다. 수주잔고 역시 전분기 대비 33% 급증한 4462억 엔까지 확대됐다. 통상적인 업계 비수기 시즌임에도 공장 가동률이 100%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은 사실상 시장 내 구조적 공급 부족(쇼티지) 가능성을 강력히 뒷받침한다.

올 하반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차세대 AI 서버 신규 플랫폼 확대 플랜과 가을·겨울철 소비자 전자제품 성수기가 맞물릴 경우, MLCC 쇼티지 현상은 걷잡을 수 없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망 전문가들은 선두 기업들이 미처 감당하지 못하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긴급 주문(Urgent Order)과 대체 수요가 대만 업체로 이동하면서, 공급 능력을 갖춘 야기오가 주요 수혜 기업으로 시장의 선택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수요 호조 영향은 이미 실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야기오가 발표한 지난 4월 매출은 140억 4000만 대만달러로 전월 대비 3%, 전년 동기 대비로는 무려 22% 급증하며 시장 기관들의 기존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기관들은 향후 본격적인 가격 인상 효과가 반영되고 고부가 AI 제품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야기오의 이익 성장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의 전격적인 가격 인상은 AI가 촉발한 부품 쇼티지가 고성능 반도체 유통망을 넘어 전방위적인 수동부품 체인까지 전이됐음을 증명하는 확연한 신호탄"이라며 "한국 기업들로서는 단기적으로 단가 인상에 따른 실적 턴어라운드와 가동률 상승의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장기적으로는 대만 야기오 등 후발 주자들이 고부가 AI MLCC 시장 진입을 가속화해 추격해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무라타, 삼성전기의 경우) 차세대 고전압·초고용량 프리미엄 라인업에서의 기술 격차 유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고종민 기자 kjm@finance-sco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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