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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전장 슈퍼 사이클 도래"…한·일 MLCC 가동률 90% 돌파

고종민 기자

입력 2026.05.2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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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증권 "AI 서버+전기차 공진…비수기 깨고 품귀 조짐"
무라타 독주 속 삼성전기 맹추격…하이엔드 점유율 확대

삼성전기의 MLCC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충과 미래 모빌리티(전기차·자율주행차) 시장의 급성장으로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시장이 새로운 구조적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선두 업체인 일본 무라타제작소와 한국 삼성전기의 공장 가동률이 가격 상승 임계점인 90%를 일제히 돌파한 가운데, 초고부가 하이엔드 제품을 중심으로 한 가격 인상과 공급 부족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 씨티증권 "AI 서버+전기차 공진…비수기 깨고 품귀 조짐"

26일 금융투자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증권은 최근 발간한 대형 IT 부품 산업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MLCC 시장이 스마트폰 중심의 과거 성장 패턴을 벗어나 AI 데이터센터와 자동차 전장화라는 강력한 쌍두마차를 맞이하며 전례 없는 품귀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씨티증권 분석에 따르면 무라타, 삼성전기, 타이요유덴(태양유전) 등 한·일 주요 MLCC 제조사들의 올해 1분기 평균 가동률은 이미 90%를 웃돈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MLCC 업계에서 가동률 90%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제품 단가(ASP)가 상승하기 시작하는 임계점으로 통한다. 글로벌 빅테크 및 완성차 업체들이 확보한 MLCC 재고 일수 역시 30일 이내로 급감해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계절적 비수기 공식마저 깨진 상태다.

특히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셋인 'GB200'을 비롯한 고성능 AI 서버 시스템 메인보드에는 일반 서버(기존 약 2000 개) 대비 2배에 달하는 3000~4000개의 고스펙 MLCC가 탑재된다. AI 서버의 특성상 고온·고전압을 견디면서도 저저항(Low ESR/ESL)을 만족해야 해, 높은 기술 진입장벽을 구축한 선두 기업들로 주문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무라타의 MLCC 라인업


◇ 무라타 독주 속 삼성전기 맹추격…하이엔드 점유율 확대

글로벌 시장 점유율 약 44%(회사 발표 기준)로 독보적 1위인 일본 무라타는 고부가가치 AI 서버 및 전장용 MLCC 물량을 선점하며 이번 사이클의 최대 수혜를 입고 있다. 타이요유덴 역시 고전압·고용량 제품 라인업을 앞세워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장기 공급 계약을 확대 중이다.

국내 기업인 삼성전기의 추격세도 가파르다. 삼성전기 IR 자료 및 업계 추산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선제적인 기술 개발과 필리핀, 중국 톈진 등 글로벌 생산 기지의 유연한 가동을 통해 AI 서버용 고부가 MLCC 시장 점유율을 45% 선까지 끌어올렸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자체 AI 칩(ASIC)을 개발 중인 북미 빅테크 기업들로의 하이엔드 제품 공급이 본격화되면서 전사 영업이익률 개선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자동차의 전장화 역시 기하급수적인 수요 폭발을 유도하고 있다. 내연기관차 한 대에 들어가는 MLCC는 3000개 수준이지만, 순수 전기차(EV)는 1만8000개, 자율주행 레벨3 이상의 고급 모델에는 최대 3만 개의 MLCC가 탑재된다.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 라인업을 고신뢰성 제품으로 전면 고도화하며 무라타의 뒤를 쫓고 있으며, 국내 유일의 종합 콘덴서 기업인 삼화콘덴서 역시 현대차·기아 및 유럽·북미 완성차 업체, LG전자 VS사업본부 등으로의 친환경차 인버터용 고전압 MLCC 공급을 대폭 늘리며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 온디바이스 AI가 하방 지지…중국 원자재 서플라이 체인도 온기

서버와 자동차 외에 온디바이스 AI(AI 폰·AI PC)의 확산도 견고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AI 스마트폰과 AI PC는 신경망처리장치(NPU) 등 고성능 프로세서 탑재로 인해 기존 기기 대비 MLCC 탑재량이 각각 20~30%, 45~60% 이상 증가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갤럭시 AI 시리즈 및 글로벌 주요 IT 기기 제조사향 초소형·고용량 MLCC 고정 거래 수요가 탄탄히 유지되고 있다.

MLCC 완성품 시장의 호황은 원자재 공급망으로도 확산하는 추세다. 하이엔드 MLCC 제작에 필수적인 나노미터(nm) 단위의 니켈 분말과 세라믹 파우더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도 낙수효과를 누리고 있다. 삼성전기에 나노 니켈 분말을 공급하는 중국 보천재료와 세라믹 파우더 글로벌 선두권인 산동국자공능재료 등 주요 서플라이 체인의 출하량과 실적 지표도 동반 상승하는 흐름이다.

씨티증권 관계자는 보고서를 통해 "이번 MLCC 슈퍼 사이클은 과거 IT 기기 수요에만 의존하던 단기적 변동성과 달리, AI 인프라와 미래 모빌리티라는 거대한 장기 구조적 패러다임 변화에 기반하고 있다"며 "글로벌 공급 부족에 따른 제품 단가 인상 효과가 최소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한·일 선두 부품사들의 실적 랠리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종민 기자 kjm@finance-sco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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