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AI 반도체의 성능과 전력 소모 측면의 제약을 돌파하고자 메모리를 수직 적층하는 새로운 아키텍처를 발표했다.
김경륜 삼성전자 D램개발실 상무는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타클래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FMS 2026' 메모리 행사 기조연설에서 3차원(3D) 아키텍처 'zHBM'을 처음으로 소개했다.
이는 시장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삼성의 의지가 담긴 차세대 3D 메모리로, 김 상무는 "삼성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zHBM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AI 가속기(xPU) 측면에 두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가속기 상단에 HBM을 직접 쌓아 올리는 설계 방식을 채택했다. 이름 앞의 'z'는 가로·세로(X·Y축)라는 평면적 한계를 넘어 높이(Z축)라는 3차원 공간을 적극 활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삼성 측은 이 같은 설계를 적용할 경우 메모리와 가속기 사이의 데이터 전송 거리가 대폭 짧아져 병목 현상이 완화되며, 전력 효율과 대역폭 역시 극대화된다고 설명했다.
zHBM은 차세대 HBM5와 비교해도 그래픽처리장치(GPU) 1개당 성능이 최대 8배 높아지며, 전력 소모 대비 성능 효율도 최대 3배가량 향상된다. 발열 관리 면에서도 열 저항값이 HBM5의 10~25% 수준으로 급감해, 전체적인 열 저항을 절반 이상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김 상무는 "기존 패키징 방식으로는 칩과 메모리 사이의 거리를 줄이는 데 '메모리 장벽'(memory wall)이라는 근본적 제약이 따른다"고 지적하며 설계 구조 변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개발 중인 HBM5의 경우 HBM 라인업 최초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트랜지스터 기반의 파운드리 2㎚(나노미터) 초미세 공정을 적용했다"며 "코어 다이 측면에 방열 기술을 더해 이전 세대 대비 20% 이상 우수한 발열 제어 성능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공동 기조연설자로 무대에 오른 이진엽 플래시개발실 부사장은 온디바이스 AI에 맞게 설계된 차세대 낸드 솔루션 'z낸드-O'(zNAND-O)를 소개했다.
제품명의 'z'는 수직 적층을, 'O'는 온디바이스 환경에 맞춘 최적화를 각각 상징한다. 삼성 측은 z낸드-O가 기존 낸드의 대역폭 한계와 D램의 용량 제약을 동시에 극복함으로써 고용량·고대역폭·초고속 응답을 실현해 원활한 데이터 처리를 뒷받침한다고 전했다.
이 부사장에 따르면, 1200억 개의 매개변수(파라미터)를 지닌 GPT 모델로 테스트한 결과 z낸드-O는 기존 D램 서버와 동일한 초당 토큰 처리량을 유지하면서도 비용은 6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연설 도중 그는 초소형 기업용 SSD 'BM1773' 실물을 청중에게 보여주며 "믿기 어렵겠지만 이 조그만 스토리지 칩의 가치는 최고급 세단 한 대와 맞먹는다. 만약 바닥에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내일부터 당장 새 직장을 알아봐야 할 판"이라는 농담을 던져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연설에서 400단 이상 수직으로 쌓은 10세대 V낸드 'V10 BV-낸드'도 업계 최초로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3D 메모리 기술력을 바탕으로 급증하는 고성능 컴퓨팅 및 AI 인프라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