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 생태계까지 장악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자체 개발한 고성능 오픈소스 모델과 핵심 관리 도구를 동시에 내놓으며 고객들이 자사 GPU를 떠날 수 없게 만드는 이른바 '락인(Lock-in) 전략'을 본격화한 것이다.
엔비디아는 15일(현지시간) 자체 오픈소스 대형언어모델(LLM)인 '네모트론3(Nemotron-3)' 공식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네모트론3는 파라미터(매개변수) 규모에 따라 ▲300억개의 '나노(Nano)' ▲1000억개의 '슈퍼(Super)' ▲5000억개의 '울트라(Ultra)' 등 3가지 라인업으로 구성돼 다양한 기업 수요에 대응한다.
업계의 이목은 가장 경량화된 모델인 '나노'에 집중됐다. 엔비디아가 허깅페이스에 공개한 벤치마크 결과에 따르면, 네모트론3 나노 모델은 경쟁 오픈소스 모델인 메타의 '라마(Llama)'나 중국의 '딥시크(DeepSeek)'를 능가하는 성능을 보였다.
특히 복합적인 도구 사용 능력을 요하는 미국 수학경시대회 문제 풀이 테스트 'AIME25'에서 99.2%의 정답률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수학적 추론 능력을 과시했다. 또한 모델의 지식 능력을 평가하는 'MMLU-Pro' 벤치마크에서는 78.3%를 기록, 오픈AI의 유료 모델인 GPT-4o(72.6%)마저 따돌리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 메타가 개방형 정책에서 한발 물러서고, 중국 딥시크가 보안 이슈로 글로벌 기업들의 외면을 받는 상황에서 엔비디아의 이번 출시는 오픈소스 AI 모델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개방형 기술혁신은 AI 발전의 기반"이라며 "네모트론을 통해 첨단 AI를 개방형 플랫폼으로 전환해 개발자들이 대규모 에이전트 시스템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AI 모델뿐만 아니라 인프라 관리 역량 강화에도 나섰다. 오픈소스 AI 컴퓨팅 작업량 관리 도구인 '슬럼(Slurm)'의 원개발사 '스케드MD(SchedMD)'를 인수한 것이다.
슬럼은 전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 중 절반 이상이 사용할 정도로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은 스케줄러다. 수천개의 AI 칩에 작업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핵심 도구로, 엔비디아는 인수 후에도 이를 오픈소스로 유지하며 자사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방침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의 이러한 행보를 구글, 오픈AI 등 빅테크 기업들의 '탈(脫) 엔비디아'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으로 해석한다.
최고 성능의 AI 모델(네모트론3)과 관리 도구(슬럼)를 무료로 풀되, 이를 엔비디아 GPU에 최적화시킴으로써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엔비디아 제품을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 AI 칩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강력한 소프트웨어 장벽까지 구축함에 따라, 자체 칩 개발에 나선 경쟁사들의 추격은 더욱 험난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