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그룹 계열의 컨택센터(CRM) 솔루션 전문기업 한솔인티큐브를 둘러싼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에서는 매각 주관사, 인수 후보군, 구체적인 매각가(170억 원)까지 거론되며 소문이 잦아들지 않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한솔인티큐브의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사측의 내부 문건으로 추정되는 자료들이 주주들 사이에서 공유되며 "단순 낭설이 아닌 실체가 있는 딜(Deal)"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회사 측은 사실무근 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이미 5월에 매각 시도 있었다"… 유출된 이메일의 정체
15일 금융투자업계 및 제보에 따르면, 한솔인티큐브는 이미 지난 5월경 한 차례 매각을 추진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한솔홀딩스 관계자가 매각 대상자로 거론된 판토스홀딩스 측에 발송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메일에는 ▲SPA(주식매매계약) 체결 예정일 ▲비밀유지확약서(NDA) ▲인감증명서 등 매각 관련 서류 준비 요청 사항이 상세히 적시돼 있었다. 비록 당시 딜은 최종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최대주주인 한솔홀딩스가 한솔인티큐브 매각 의지를 가지고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짰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한 소액주주는 "이미 상반기에 구체적인 일자가 박힌 매각 스케줄이 돌았다는 것은 매각 의사가 확실하다는 뜻"이라며 "최근 다시 불거진 매각설 또한 단순한 뜬소문으로 치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이번엔 AI 기업?… "삼정KPMG 주관·실사 완료설“
시장의 이목은 현재 진행형인 '2차 매각설'에 쏠려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한솔인티큐브 매각 주관사로 삼정KPMG가, 딜 구조를 짜는 역할로 베이사이드PE(대표 김범준)가 거론되고 있다.
새로운 인수 후보로는 국내 모 AI(인공지능) 관련 기업이 지목됐다. 구체적인 인수가액으로 170억 원이 제시되었다는 루머와 함께, 해당 인수 의향자를 대상으로 한 회계 실사(DD)가 이미 완료되었다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통상적으로 실사가 완료되면 주식매매계약(SPA) 초안 검토 단계로 진입하기 때문에, 딜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솔측 공식 입장은 ‘관련 사실이 없다’이다. 한솔홀딩스 관계자는 “한솔인티큐브 등에 확인한 결과, 사실 무근이라는 답변을 받았다”라고 답했다.
◇ "미확정" 공시의 이면… 전형적인 M&A 징후인가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우는 것은 '공시의 모호함'이다. 한솔인티큐브 주주들이 제기한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10월과 12월, 회사 측 입장을 인용해 "최대주주 산하 계열사 매각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시기는 미정"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증권가 M&A 사례를 분석해 보면 '미확정' 답변이 곧 '사실무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다수의 상장사(쌍용차, 남양유업, 에디슨모터스 관련 주 등) 사례를 보면, 인수합병 보도에 대해 초기에는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 없다(미확정)"로 공시한 뒤, 1~3개월 내에 본계약 체결 공시를 내는 패턴이 빈번했다. '미확정'은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이거나, 조건 조율 단계일 때 주로 사용하는 답변이다.
한 M&A 전문 변호사는 "비밀유지조항(NDA) 때문에 확정 전까지는 부인하거나 미정이라고 답할 수밖에 없는 것이 기업의 생리"라면서도 "하지만 구체적인 가격과 주관사 이름까지 거론되는 경우 실제 물밑 접촉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 정보의 비대칭, 개미들만 '전전긍긍'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의 비대칭이다. 매각 이슈는 주가에 가장 강력한 재료 중 하나다. 170억 원대 매각설과 AI 기업 피인수설이 사실이라면 주가의 향방을 가를 중대 사안이다.
제보자 A씨는 "사측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사이, 알음알음 정보를 입수한 세력과 그렇지 못한 일반 주주 간의 불공정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며 "거래소의 적극적인 조회 공시 요구와 회사의 투명한 정보 공개가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한솔인티큐브가 단순한 '설'을 넘어 실제 주인이 바뀌게 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소액주주 보호는 이루어질지 시장의 감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