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에서 기존 항체 신약에서처럼 높은 표적 결합 친화도(Affinity)가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진원 에이비엘바이오 이사는 27일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제4회 삼성서울병원x에임드바이오 ADC 컨퍼런스에서 "ADC 항체는 표적 결합력이 무조건 높아야 약효가 좋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복합적인 체내 동태와 독성 그리고 종양 침투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최적화 설계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정 이사는 'Antibody Discovery in ADC Development: KKey Considerations and Strategic Choices'란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발표에 따르면 PD-1 항체 '키트루다' 등 기존의 단독 항체 치료제들은 표적 단백질에 대한 결합력 자체가 약리적 작용에서 중요하다. 항체가 타깃에 완벽하게 달라붙어 신호 전달을 차단해야 한다. 가능한 높은 어피니티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반면 ADC는 항체가 독자적인 약리 활성을 내는 주체가 아니라 강력한 세포독성 약물(페이로드)을 종양 세포 내부로 실어 나르는 일종의 운반체(Vehicle)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표적에 결합한 뒤 세포 내로 원활히 침투(internalization)하고 리소좀으로 전달돼 약물을 방출하는 과정이 훨씬 결정적이다.
정진원 이사는 단일항체 기준에서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 고친화도 항체가 ADC로 전환을 때 예상치 못한 문제를 야기하는 현상을 구체적 실험 데이터로 제시했다.
그는 "실제로 타깃에 대해 ELISA나 FACS 분석에서 유사하게 높은 결합 친화도를 보였던 5개의 클론을 비교한 결과, 실제 세포독성 평가에서는 클론 간 약효 차이가 10배 이상 벌어지는 결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친화도가 높은 항체와 낮은 항체의 세포 내 유입 속도를 비교했을 때도 고친화도 항체가 항상 우수한 유입률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정 이사는 "대표적으로 EGFR 타깃 항체인 세툭시맙 기반 ADC의 경우에는 정상 조직 중 EGFR이 발현되는 피부 등 주요 장기에서 심각한 표적 독성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해당 ADC는 체내 혈중 반감기가 급격히 단축되는 표적 매개 약물 소실(TMDD) 현상이 발생해 종양 부위까지 약물이 충분히 도달하지 못한다. 또한, 종양 조직의 외곽 세포에 항체가 너무 강하게 결합해 내부 깊숙한 곳까지 약물이 침투하지 못한다. 겉에서 차단되는 결합 부위 장벽(Binding Site Barrier) 현상도 나타난다.
이런 부분은 투여 용량을 극단적으로 올리지 않고서는 극복하기 어려우나, ADC는 페이로드 자체의 높은 독성 때문에 무작정 용량을 증량할 수도 없다는 설명이다.
돌파구는 이중항체에서 찾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현재 고친화도 단일항체 ADC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중항체 기반 ADC 전략과 함께 결합 친화도를 의도적으로 낮춘 'ABL209'를 개발중이다. 자회사 네옥바이오에서 개발중으로 EGFR과 MUC1을 타깃하는 이중항체 후보물질이다.
ABL209는 기존 세툭시맙 대비 EGFR에 대한 결합 친화도가 약 30배 이상 낮게 설계됐다. 바인딩 어피니티가 약 60나노몰(nM) 수준으로 세툭시맙보다 결합력이 훨씬 약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ADC로 제작해 만든 경우에는 높은 항암효과를 보였다.
아울러 동일 용량 투여 조건에서 토포이소머라제1(Topo-I) 억제제 페이로드를 접합한 ABL209는 세포독성이 더 강력한 것으로 알려진 MMAE 페이로드를 사용한 세툭시맙 기반 ADC보다도 우수한 종양성장 억제효과를 나타냈다.
정 이사는 "이는 결합력이 과도하게 높지 않아 표적 매개 독성을 줄이면서도 종양 조직 내부로 균일하게 침투할 수 있고, 이중항체 전략으로 정상 조직 대비 종양 세포에 대한 선택성을 높인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재 수준에서는 항체의 결합력, 세포 내 유입 속도, 링커-약물 접합 과정에서의 물리화학적 안정성 등 수많은 변수들이 어떻게 최적의 약효로 이어지는지 이론만으로 완벽히 예측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인공지능(AI) 기반 단백질 설계 기술이 더욱 고도화된다면, 복잡한 파라미터 공간 속에서 최적의 결합 친화도와 세포 내 이입률을 가진 맞춤형 ADC 항체를 합리적으로 디자인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