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이스라엘 방위산업체를 대상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제공하며 스스로 정한 윤리 기준을 어겼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워싱턴포스트는 1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접수된 내부 제보 문건을 근거로 이같이 전했다.
제보 내용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해 이스라엘 국방 협력업체가 무인기로 촬영한 영상을 해석하는 과정에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적 자문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4년 7월 구글 클라우드 부문은 이스라엘군 이메일 계정을 쓰는 사용자로부터 기술 문의를 받았는데, 이 요청자의 신원은 이스라엘 테크 기업 클라우드엑스의 공개 인력 명단과 부합했다. 제보자는 해당 기업이 이스라엘 국방 당국과 협력관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문의 내용은 공중 촬영물에서 무인항공기, 장갑 전투차량, 병력 등 다양한 대상을 구분할 때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의 정확도를 개선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이에 대해 구글 클라우드팀 소속 인력들은 내부 테스트를 시행하고 해결책을 제안하며 대응했다고 제보자는 전했다.
당시 구글이 공개한 AI 운용 원칙에는 무기 개발 관련 기술이나 국제 규범에 어긋나는 감시 활동에 AI를 쓰지 않겠다는 방침이 담겨 있었다. 제보자는 구글이 해당 업체를 도운 행위가 이러한 정책에 반하며, 공개된 원칙과 상반되는 행동으로 투자자와 당국을 기만해 증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고발 문건을 제출한 전직 구글 직원은 익명을 전제로 워싱턴포스트에 보낸 입장문에서 "회사에서 맡았던 여러 프로젝트는 사내 AI 윤리 심사 과정을 통과해야 했고, 직원들은 회사 AI 원칙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주입받았다"며 "하지만 이스라엘과 가자 사안에서는 정반대 모습을 보였다. 이런 이중 잣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판단해 SEC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구글 측은 제보 내용을 부인하며, 문제가 된 계정의 AI 서비스 이용 규모가 실질적 수준에 못 미쳐 윤리 원칙 위반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구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일반 사용자의 질문에 다른 고객과 동일한 표준 고객지원 정보로 답했을 뿐 추가 기술지원은 하지 않았다"며 "해당 계정의 AI 서비스 월 지출액은 수백달러에도 못 미쳐 실질적인 AI 활용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구글의 클라우드 비디오 인텔리전스 서비스 안내 자료는 영상 내 객체 추적 기능이 처음 1000분까지 무료이고 이후 분당 15센트가 청구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SEC 대변인은 논평을 거부했으며, 위원회에 접수된 모든 제보나 불만이 조사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2004년 기업공개 당시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를 모토로 내세웠던 구글은 주로 소비자와 기업 대상 서비스에 집중해왔으나, 최근 경영진이 국방 계약도 추진하면서 일부 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2021년 구글과 아마존은 이스라엘 정부와 12억달러(약 1조8000억원) 규모의 클라우드 계약 '프로젝트 님버스'를 확보했다. 이후 양사 직원들은 이스라엘과의 사업 협력에 반대하는 시위를 전개했으며, 구글은 지난해 4월 일부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농성하며 이스라엘 정부와의 협력 중단을 촉구하자 관련자 50여명을 해고했다.
